대학 신입생, 기초 수학에 무너지다
서울의 상위권 사립대 컴퓨터공학과 1학년 강모 씨(19)는 방학 내내 미적분·선형대수 과외비 384만원을 쏟아부었다.
입시에서는 점수 따기 쉬운 확률과 통계를 선택했지만, 대학에 와서는 기초 전공 수업부터 장벽에 막힌 것이다.
서울대조차 상황은 심각하다.
2023학년도 이공계 신입생 수학 특별시험에서 41.8%가 ‘기초반’ 판정을 받아 ‘미적분학 첫걸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심화 수학 공백, 고교 교육의 부메랑
원인은 고교 교육과정 축소다.
- 2014년: 고1 필수 ‘행렬’ 삭제
- 2018년: ‘기하와 벡터’ 과목에서 벡터 단원 통째로 삭제
- 2028학년도 수능: ‘기하’와 ‘미적분Ⅱ’ 완전 제외 예정
학생들은 입시에 필요 없는 과목은 외면하고, 대학에선 기본기 부족으로 과외·재교육에 매달린다.
Ai 국가 경쟁력, 기초 수학이 흔들리면 끝
수학은 국가 경쟁력의 엔진이다.
- 벡터·행렬 → 인공지능의 연산 기어
- 미적분학 → 학습 방향을 제시하는 내비게이션
김기응 KAIST 교수는 “미적분, 기하, 벡터, 확률·통계는 AI를 구현하는 핵심 토대”라며 “하나라도 소홀히 하면 균형 잡힌 역량을 갖추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수능 중심’ 교육정책의 역설
문제는 학생 선택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결국 수능 범위라는 점이다.
수능에 포함되지 않으면 아무리 대학이 ‘권장 과목’이라 해도 학생들은 외면한다.
이는 단순히 입시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기술경쟁력의 기반을 허무는 선택이다.
결론: 지금 당장 교과 개편 재검토해야
대한민국은 “AI 인재 양성”을 외치면서도, 정작 AI의 기초 언어인 수학을 입시에서 배제하고 있다.
이 모순이 계속된다면, 우리 공대 교실은 “과외 없이는 못 버티는” 학생들로 채워지고, 산업 현장은 기초가 부실한 인력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미적분을 못하는 공대생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교육의 실패이자, 국가 경쟁력의 붕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쉬운 수학”이 아니라, 학생 모두가 공평하게 기초를 다질 수 있는 정직한 교육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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